저녁때 어디 들렀다가 늦는다고 문자를 보냈다.
막상 가 보니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기다리기가 싫었다.
도로 나와서 집으로 향했다.
차고 문이 열리니 금새 남자가 문을 확 연다.
아들이 조정한다고 차를 가지고 좀전에 나갔단다.
내 가방을 받으며 멋적어 하는 말.
" 아들도 나가고 딸도 수업이 늦도 허니도 늦는다 해서 술한잔 하려구요. 이제 운동 갔더와서 막 시작 했어요. 밥은 진작에 하지 못해서 그냥 하얀밥이예요. 그냥 우리 라면 먹을까요?"
말이 한번에 쏟아져 나온다.
(잡곡밥을 하는데는 두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
너무 술을 의지해서 내가 노골적으로 싫어하니까 살짝 마시는걸 가리려 한 모양인데 내가 예정없이 일찍 온 바람에 들킨거다.
ㅋㅋㅋㅋㅋㅋ
" 누굴 바보로아나! 일찍 술마시고 끝내는거 누가 모를줄 알고? 이젠 거짓말도 정말 잘하네!!!"
절대 아니란다.
아니긴 뭐.
어떨땐 낮잠을 자고있다.
절대로 낮잠을 못자는 사람이다.
술마시고 내가 퇴근 했을때 마주치는걸 피하려고.......
술 땜에 걱정이다.
아니 술을 자꾸 마시는 남자가 걱정인거다.
어쨌거나 라면을 세개나 삶아 딸과 남편과 먹다가 갑자기 간에 기별도 안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이 제것을 먹으라고 내민다.
생각이 별 없다면서.
그것도 먹고.
다시 두개를 더 삶았다.
그새 라면 국물에 밥을 말은 남자.
또 먹었다.
남자는 큰 냄비에 함께 놓고 덜어 먹으면 마냥 먹게 된다며 .....궁시렁 궁시렁
다 먹기도 전에 뱃속이 난리다.
그래두 악착 같이 다 먹으려 했는데 끝을 다 보지 못하고 결국엔 화장실.
불났다.
내내.
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