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일 하나가 떠오른다.
정리가 몸에 밴 남자는 늘 이리저리 옮기고 또 옮기고를 반복한다.
아이들이 중학교 때였었나?
그땐 아이들이 어려 차를 가지고 다니지 못했고 나또한 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에 있었다.
거의 모든 가족이 현관문을 자주 이용하는 때였다고 볼수 있다.
(이곳에서는 주로 다 차고로 들어왔다가 나가니까 현관문 앞엔 신발이 하나도 없다.)
어느날 갑자기 남자가 가족을 다 소집했다.
현관문앞으로.
자아, 잘 들어.
이제부터 신발 놓는 자릴 정해준다.
첫째줄은 나,
그 옆은 엄마,
그 옆은 딸,
그 옆은 아들.
순서대로 신발을 잘 벗어 놓는거다.
알았쥐이.
슬리퍼도 있고, 운동화도 있고, 여름이면 샌들, 겨울이면 부츠도 있는데 자기 줄에 맞춰 신발을 줄줄이 정렬하라는거다.
아이고 기가 막혀서.
물론 보기에 참 좋긴하다.
근데 자기 줄까지 맞춰, 자기자리에 놓으라니.
어이상실.
여기가 뭐 군대인줄 아나!
이젠 우리 모두 차고로 출입을 한다.
현관 문은 거의 장식정도.
손님이 올때나 드나들고.
근데 이젠 차고안에 있는 신발도 정리 안한다 궁시렁이다.
매일 매일 차고안에 벗어좋은 신발들을 나란히 나란히 정리하는 남자다.
어쩔땐 그냥 발로 은근슬쩍 정리된 신발들을 흩어 놓기도 하는 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참 감사다.
내가 귀찮아하는걸 이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잘도 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