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간간히 내려 없는 분위기를 더해주는 눈이다.
애들이 크고난 후로는 특별히 크리스마스라해서 별다를것 도 없다.
크리스마스트리를 귀찮다는 핑계로 안한지 이삼년.
올해는 참으로 일이 많았던 해라 웬지 뭔가 분위기를 바꾸고 싶은맘에 장식을 해볼까 했더니 남자는 구석에 박힌 트리를 꺼내기 귀찮으니까 말이 넘 많다.
하긴 무쟈게 큰 놈이라 세우고 내리는것도 일이긴 하다.
그래도 안하기 위해 많은 말들을 쏟아내는 남자가 듣기 싫어 해도 내가 알아서 한다고 한마디 뱉었었다.
큰 나무 대신 작은 나무 두개를 놓고 반짝이는 전구들을 둘러 벽난로 앞을 장식하고 그 앞에 선물들도 근사하게 놓았다.
막상 하고나니 반짝거리는게 그래도 없는것 보단 백배 낫다는 느낌이다.
온동네가 크리스마스로 뒤숭숭해도 언제나 꿋꿋이 무관심으로 지나치던 우리였다.
추수감사절만 끝나면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다들 분주하고.
해마다 한 두가지씩 장식이 늘어나는 집들이다.
근데 이렇게 장식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게 이젠 미국 문화라는거에 좀 익숙해졌다해야 하는건지.
확실히 좀 해야겠다는 생각인거다.
ㅋㅋㅋㅋ
아직도 산타를 믿는 꼬맹이.
아침 먹고 다들 선물을 뜯어 보고.
함께 크리스마스 영화를 보자는 아들.
오래된 골동영화다.
White Christmas.
미국 애들이 크리스마스때 가족과 함께 많이 보는것 중의 하나.
아들은 겉만 한국이지 속은 미국이나 다름 없다.
예배를 드리고와서 점심을 후딱해치우고 영화를 보고.
애들은 눈썰매를 탄다고 나섰다.
다시 둘만 남은거다.
우린 서로 아무렇지 않게 자기 하고 싶은 자리에서 자기가 하고싶은 일들을하고.
아직도 크리스마스 장식들과 전구들은 반짝인다.
내일까지 켜놓을까?
아님 연말까지?
남자의 실직과 엄마의 뇌수술, 딸의 한국 이동.
참 큰 일들이었다.
하지만 정말 감사하기는 남자는 그 나쁜 사람과 다시 일안해도 되는 좋은 곳으로 옮기게 되었고.
엄마는 감사하게 수술이 잘 마치고 잃었던 많은 신체 기능과 기억들이 거의 돌아왔고.
딸은 대 이동에 감사하게도 자신의 선택인 만큼 잘 지내고 있다.